경비원/이문길

2019. 6. 4. 10:16 from 41살35살5살

이 빠진 가위가 세 개 있고

제각각 가는 시간이 다른 시계가

다섯 개 있고


잡음 떄문에 잘 들리지 않는

라디오가 두개 있고

노래 테이프를 물고 있는 오디오도 있고

줄 없는 낚싯대도 있고

창문가 책상 위엔

주워모아 만든 산세베리아 화분이 이쏙

먼저 앉은 조화도 있다


없는 것이 없는 경비실에 tv가 없고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심심해서 

수염이 더 늙고

대부분 무엇인지도 모를 약을 한웅큼씩 먹는다


자주 주인이 바뀌는 경비실

늙은 경비원들이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며 살고 있다


무엇이 틀렸는지

어제는 김 씨가 그만둔다고 

신던 구두도 버리고 

밥솥도 버리고 갔다

Posted by 은콩지콩 :